어느 과학수사팀 직원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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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1,243회 작성일 22-02-1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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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폴리스TV


http://www.policetv.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64


필자가 서장 재직시 같이 근무했던 과학수사직원이 있었다. 비좁고 열악한 사무실에서 묵묵히 근무하던 그는 항상 현장에 나가면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풀 증거수집에 열심이었다.

퇴직 후 변호사로서 그와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과거 경찰서소속이었던 과수팀이 지방청소속으로 변경되었다. 경찰서권역별로 묶어 순회하면서 근무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권역에 오래 근무했다고 다른 권역으로 발령이 났다는 것이다.

생활근거지에서 차로 90분정도 걸리는 거리다. 그러다보니 왕복 근무에 오히려 차비가 많이 든다고 했다. 권역별 순환근무제에 문제는 없을까? 경찰관이 자신의 생활근거지를 떠난다는 것은 급여를 삭감하는 것과 같다. 더불어 배치된 권역별 관서에는 숙소도 없다. 차로 출퇴근하여야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사고발생우려도 있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 남편, 가장으로서의 역할도 못하게 된다. 과학수사팀의 경우 감식과정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물질에 감염되기 쉽다. 마스크, 방역복, 장갑, 제독장비 등이 잘 비치되어야 하나, 그런 것이 열악하다.

필자가 서장과 지방청 수사과장재직시 과수팀 직원 2명이 세상을 떠났다. 폐암, 간암으로 늦게 발견되어 제대로 치료도 못 받고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무상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필자는 과학수사팀의 근무환경을 분석, 진단하여 질병과의 인과관계를 밝히려고 했다. 사건, 사고현장은 늘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 병균에 노출되어 있다. 폐암, 간암역시 이러한 근무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경찰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국회에서 사건사고관련 경찰업무 보건안전환경진단과 공무상질병과의 상관관계분석 발표회를 개최하고 이러한 분야에 대한 경찰청차원에서의 연구와 법적, 제도(보험, 공제가입범위포함)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한편으로 휴대폰, cctv 등 디지털증거와 관련 증거물수집, 분석수요량이 많아짐에 따라 이제는 경찰서 단위에서 디지털증거포렌식팀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디지털증거포렌식팀은 지방청에만 있는지, 그것도 과학수사팀이 아닌 사이버수사국소속으로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휴대폰 등 디지털증거분석은 사이버범죄뿐 아니라 일반범죄수사에도 필요하다. 아울러 그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특채자들을 선발해놓고 이들이 포렌식분석이 아닌 다른 경제팀 또는 심지어 지구대, 파출소에 배치되는 경우도 보았다.

디지털포렌식전문특채자들은 그들의 전문성을 살려 관련 포렌식팀에 종사하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포렌식팀도 과학수사팀으로 통합하여야 한다. 아울러 사건사고발생시 일반 과학수사팀과 같이 출동하여야 한다.

각종 화재사건이 많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화인미상의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화재전문수사분석관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니 양성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거짓말탐지기, 법최면수사 등 전문가들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와 관련 선발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현장 화재감식, 디지털포렌식, 과학수사팀에 오래종사하면 승진하기가 힘든 것도 문제다. 필자가 과거 경찰청재직시 화재수사의 명인 송재철 이란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대학때 전공이 물리학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분은 오래전부터 화재감식분야에 종사하며 큰 역할을 해오셨는데 경정밖에 승진을 못하고 경찰을 퇴직했다. 현장전문가를 대우해주지 않는 수사현실이 바뀌어야 한다.

보고서, 기획서 잘 만드는 사람이나 시험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진하는 풍토를 개선하여야 한다. 현장수사실무경험 그것도 현장과학수사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그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승진도 빠르게 하고 아울러 그에 걸맞는 수당과 처우를 받는 풍토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과학수사능력은 그 나라의 경찰의 수준척도를 좌우한다.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능력이 높다고 하지만 그에 걸맞은 현장 과학수사팀의 근무환경은 너무도 열악하다. 각종 병균, 오염원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이와 관련 제대로 된 정밀건강검진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승진, 수당 면에서도 무척 열악하다. 거기에 더해 권역별 의무순환이동근무제도는 오히려 급여를 삭감하는 격이며 사기도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휘부는 현장과학수사팀의 생생한 근무환경과 목소리를 청취하여야 한다.

출처 : 폴리스TV(http://www.police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