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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이버戰 대비…日, 통신사에 '감시자' 역할 맡긴다

신윤재 기자
입력 : 
2023-03-09 17:38:10
수정 : 
2023-03-09 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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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메일 보면 法위반
日정부, 예외 허용 늘리기로
기본권 침해 가능성 지적도
일본 민간 통신사들이 자사 네트워크에서 사이버 공격 감시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이메일 내용 등의 해석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외를 허용할 예정이다. 통신사들이 사이버 공격을 감시하는 '눈' 역할을 맡아 일본 정부에 특이사항을 보고하는 구조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가 내년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통신과 전력 등 인프라스트럭처를 사이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또 최근 일본이 받는 사이버 공격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이나 관련 정관계 법령, 가이드라인 등의 법 정비를 검토하고, 일정한 조건에서 통신 내용을 확인해도 벌칙이 부과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일본에서는 현재 사업자가 통신 내용을 파악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일본 헌법 21조에 근거해 전기통신사업법이 정한 '검열 금지'나 '비밀 보호'를 근거로 한 것이다. 사업자가 통신 비밀 보호를 위반하면 최대 징역 3년, 벌금 200만엔에 처해질 수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도 이미 통신사업자에 의한 사이버 감시를 인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헌법 21조의 취지와 해외 사례를 고려해 사업자 측에 어디까지 권한을 부여할지 협의하고, 감시에 드는 비용 지원 등도 업계 측과 조율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마련한 국가안보 전략에서 공격을 미연에 방지하는 '능동적 사이버 방어 체제'를 정비하겠다고 명기한 바 있다. 지난 1월 내각관방에서 준비실을 만들어 법률 개정과 조직 개편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방위성·자위대 내부 시스템에 한정하고 있는 자위대의 사이버 방위 대상을 넓히고, 전력 등 중요 인프라도 지킬 수 있도록 했다.

닛케이는 사이버 공격으로 통신망 등이 손상되면 미군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억지와 대처의 거점이 되는 주일미군 기지는 일본의 통신 네트워크나 전력을 사용하고 있어 사이버 방위는 대만 유사시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사히신문은 최근 일본 당국의 잇단 사이버 공격 대책 강화 움직임과 관련해 "통신 비밀 등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가 침범되지 않도록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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