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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해' 공범 또 있었다… 코인 투자 손실에 앙심 품은 '하청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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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해' 공범 또 있었다… 코인 투자 손실에 앙심 품은 '하청 범죄'?

입력
2023.04.04 00: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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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외 20대 추가 입건, "살인 예비 혐의"
'범행 제의' 이씨 "코인 투자했다가 큰 손실"
경찰, '원한' 범행 무게... 이씨 측 일체 부인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모(30)씨, 황모(36)씨, 이모(35)씨.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 및 살해 사건 용의자 3인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모(30)씨, 황모(36)씨, 이모(35)씨. 연합뉴스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ㆍ살해 사건’에 연루된 추가 공범이 확인됐다. 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피의자 3명 외에 범행에 가담한 제4의 인물이 붙잡힌 것이다. 범행 동기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이모(35ㆍ법률사무소 근무)씨가 피해자가 홍보한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수천만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밝혀지면서 원한에 의한 납치ㆍ살해 쪽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은 가상화폐 투자 실패부터 납치ㆍ살해에 이르기까지 범행 설계에 오랜 시간이 걸린 점을 감안해 추가 연루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범행 가담 '3인방'이 전부 아니었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 개요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강남 납치·살해 사건 개요도.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건 예비단계에 가담했다가 이탈한 20대 남성 A씨(무직)를 살인 예비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며 알게 된 피의자 황모(36ㆍ주류회사 직원)씨로부터 올 1월 피해 여성(48)을 살해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황씨는 “코인을 빼앗아 승용차를 한 대 사주겠다”며 그를 꾀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황씨, 또 다른 피의자 연모(30ㆍ무직)씨와 함께 렌터카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미행ㆍ감시하다 지난달 중순 범행에서 손을 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추가 공범이 더 존재한다는 전언이 속속 나와 이번 사건이 ‘하청 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피의자의 한 측근은 이날 본보에 “경찰에 붙잡힌 인물 외에 피해자를 따라다니던 친구가 더 있다”며 “S지역 애들”이라고 주장했다. 피의자 이씨가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뒤 대학동창 황씨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황씨는 다시 “3,600만 원 빚을 갚아주겠다”며 연씨를 끌어들였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 개요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황씨ㆍ연씨가 주변 인물에게 피해자를 미행ㆍ감시하는 업무를 재하청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인은 “연씨가 2021년 대전에서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다 폐업하고, 음주운전으로 면허까지 취소돼 일수 대출을 써야 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코인 투자 실패가 살해 결심 불렀나

서울 강남에서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이모씨가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에서 여성을 납치·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이모씨가 3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가상화폐를 둘러싼 범행 동기의 빈칸도 속속 채워지고 있다. 범행 설계자로 지목된 이씨와 피해 여성의 구체적 연결고리가 드러나면서다. 헬스장을 운영하던 이씨는 2020년 말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된 P코인에 9,000만 원을 투자했다. 당시 P코인의 투자홍보(IR) 역할을 맡은 인물이 바로 피해자였다. 하지만 투자 한 달 만에 P코인 가격은 80%가량 폭락했고, 이씨는 원금 90%를 잃었다. 그러자 이씨는 다른 투자자들과 함께 당시 P코인을 고점에서 대량 매도하는 등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투자자 B씨가 묵던 서울의 한 호텔 방에 무단 침입해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다른 피의자들도 ‘청부 살해’가 아닌 이씨를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당초 묵비권을 행사하던 황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이씨가 살해를 제안한 직후인 지난해 9월 현금 500만 원을, 추후에 200만 원을 더 받았다”고 진술했다. 연씨 또한 경찰에 체포된 뒤 줄곧 이씨를 범행 시나리오를 만든 당사자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문제로 피해자와 악연이 쌓인 이씨가 대가성 현금과 피해자 정보 등을 황씨와 연씨에게 건네고 납치ㆍ살해를 교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찰은 이씨가 서울과 시신 유기 장소(대전 대청댐 인근)의 중간 지점인 경기 용인에서 살해범들을 만나 피해자의 휴대폰을 넘겨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씨는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2021년 6~9월 피해자 가족이 운영하는 가상화폐 업체에서 코인 채굴 관련 업무를 맡았다. 이때 피해자로부터 2,000만 원 돈을 받았다”고 경찰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한 관계라면 투자에 실패한 다음 피해자 밑에서 일하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아직 이씨의 일방적 주장인 만큼 금융거래 내역 등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현장. 납치 차량이 아파트 주변에 정차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8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납치사건 현장. 납치 차량이 아파트 주변에 정차하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다”며 피의자 3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황씨는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유가족에게 할 말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이씨와 연씨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준석 기자
최다원 기자
나광현 기자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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