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려보니 문제 인식? 법원 ‘디지털 압수수색’ 놓고 검찰과 한판 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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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567회 작성일 23-03-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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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48218


검찰 “도망가라고 알려주는 셈” 반발하지만 법원 “사전 심문과 검색 제한 세계적 흐름” 중론

[일요신문] 최근 검찰의 정치권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압수수색 전 대면심리’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수사에서 디지털 증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압수수색 시 전방위적으로 검찰이 자료를 확보하는 것을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검찰은 반발하고 있다. 수사 때마다 대면을 통해 ‘필요성’을 입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면 촌각을 다투는 사건에서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반발이다.

여러 해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특히 법원 안팎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직접 받아본 법원이 ‘직접 털려보고 난 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디지털 증거자료가 대체 뭐길래

3월 3일 대법원이 입법예고한 개정안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디지털 증거물과 관련해 앞으로 검찰은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기기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분석할 검색어와 대상 기간 등을 써내야 한다. 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법원(법관)이 피의자나 사건 관계자를 대면 심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 검사는 이에 따른 심문기일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다. 대법원이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은 4월 14일까지 외부 의견을 수렴하는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대법관회의에서 최종안이 의결되면 오는 6월부터 시행된다.

당연히 검찰은 강력 반발한다. 특히 압수수색 영장 심사에 재판부가 사건 관계자의 입장을 듣겠다고 한다면, 수사 기밀 유지가 중요한 간첩이나 기술유출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비판한다. 본인이 직접 본인의 자료를 지우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압수수색을 미리 사전에 신고를 하고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미리 알려주면서,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가라고 가르쳐 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사전에 ‘검색어를 미리 정해서 넣어야 한다’는 것도 반발이 적지 않다. PC 등에서 자료를 확보할 때 검색어를 여러 번 다르게 입력하면서 확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약 범죄자들은 마약을 ‘아이스, 얼음’으로 부르는 등 음어를 쓰고, 회사의 경우 회계 장부 등 문제가 될 만한 자료들은 다른 이름이나 파일 이미지로 바꿔놓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 많은 변수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지역 지방청 한 검사는 “예를 들면 누구의 컴퓨터에 ‘회계 관련 자료’가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당사자가 어디에 어떤 형태로 저장해놨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검색어를 계속 바꿔가면서 검색하는 게 현재의 압수수색”이라며 “만일 정해진 검색어만 입력해야 한다고 하면 숨겨놓은 파일을 찾기 위해 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지금도 필요하면 현장에서 검사나 수사관이 대기하는 상황에서 법원에 긴급 압수수색 영장을 올려서 다시 받을 만큼 과정이 까다로워졌는데, 만일 심문까지 제도화되면 압수수색을 하루걸러 다시 나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사전 심문 대상 범위에 제보자가 포함되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압수수색 영장의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신분 노출을 꺼리는 제보자의 경우 더 고발을 어려워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