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세탁 했지만 지문은 못바꿨다... 45년만에 끝난 흉악범 도주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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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1,270회 작성일 22-02-1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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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topic/2022/02/13/S25AR4Y2ONCQXJBDZCEW4CIPDU/


그는 중범죄자요 흉악범이었다. 여러 건의 몹쓸 성범죄를 저질렀고, 납치와 강도행각까지 벌인 혐의로 기소돼 중형선고를 앞두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 사이에 강산은 네 번 바뀌었고, 도망친 흉악범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씩 잊혀졌다. 모두가 그의 존재를 잊고 있었을 즈음 범인은 아무도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나타나 거의 반세기만에 단죄를 받게 됐다. 할리우드 영화 시나리오로 손색없을 정도의 도망자 스토리가 미국에서 벌어졌다.

미 플로리다 중부 연방지검은 도주 47년만에 다시 법정에 나온 강도·납치·강간 용의자 더글러스 에드워드 베네트(77)가 지난 8일 징역 22년과 벌금 20만 달러(약 2억4000만원)를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최종 확정될 경우 올해 일흔 일곱인 베네트는 100살을 한 해 앞둔 99세에야 연방 교도소에서 풀려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그는 감옥 문을 나서자마자 미 동부 코네티컷 주에서 운영하는 주립 교도소로 수감돼 최대 18년을 더 복역하게 된다. 그가 다시 자유의 몸으로 사회에 복귀하려면 117세가 돼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 나이 많은 죄수에게 대체 어떤 곡절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전말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47년 전인 1975년으로 가야 한다. 당시 그는 각종 중범죄를 저지르고 코네티컷 주 검찰에 기소돼 재판중인 피고인이었다.

당시 서른살이었던 그는 성폭행, 강도, 납치 등 여러 건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주 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 1심에서 징역 9~18년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그는 항소가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되자 복역을 위해 수감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복역 대신 ‘실종’을 택했다. 공권력의 눈을 피해 심산유곡에 숨거나 나라 밖으로 도망치는 대신 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신분을 세탁해 공권력을 기망키로 한 것이다. 그가 도용한 신분의 주인공은 고든 이웬이라는 이름의 남성. 메사추세츠에 거주하다가 1945년 사망한 사람이다. 일면식도 없는 망자(亡者)의 신원 뒤에 숨는 이 황당한 작전은 뜻밖에도 성공을 거뒀다.

베네트의 신원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최대 18년까지 옥살이를 해야 할 정도로 중형을 선고받은 흉악범의 실종에 지역은 경악했고 공포에 휩싸였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의 두께만큼 세인들의 기억은 흐릿해졌고, 이제 한때 그런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조차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베네트는 영영토록 고든 이웬의 이름으로 안락한 노후를 누리며 만수무강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해외여행에 대한 욕망만 떨쳐냈더라면 말이다. 미국 주민등록 시스템의 허술함을 비웃으며 안락하게 살아온 베네트는 2016년 7월 자신이 훔친 망자의 신원으로 여권 발급 신청을 했다.



한 번 공권력을 기망하고 망자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된 베네트, 그는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을 비웃으며, 이 정도의 허술함으로는 여권을 발급받아 나라 밖을 오가는 것도 식은죽 먹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 오만함이 정의를 실현하게 된 셈이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외교보안국(DSS)의 피터 카포카키스 요원은 “이번 판결은 범죄자는 결국은 대가를 치른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