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오류 PC 먹통 사태 후폭풍… 집단소송 움직임에 상장 차질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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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1,072회 작성일 22-09-0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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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일보


무료 백신 ‘알약’ 8월 30일 오류로 PC 먹통 대란
고객센터도 마비, 이용자 피해보상 요구 이어져
2024년 목표 상장 준비하던 이스트시큐리티 위기 


이스트시큐리티의 백신 프로그램 ‘알약’ 오류가 초래한 대규모 PC 먹통 사태의 여파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트시큐리티 고객지원센터도 먹통이라는 이용자 불만이 속출하는 가운데 피해보상을 위한 집단소송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해 이용자 신뢰가 무너진다면 이스트시큐리티가 준비하던 상장 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알약 프로그램 오류로 피해를 본 이용자 불만이 회사의 기술적 조치가 끝난 이후에도 이틀 넘게 이어지면서, 보상을 요구하는 이용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당수 알약 이용자가 PC 복구를 위해 고객센터에 연락을 취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24시간 넘게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알약 백신이 정상 프로그램을 랜섬웨어로 착각해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등 오류를 일으키며 발생했다. 문제를 일으킨 제품은 기업용 유료 프로그램이 아닌 무료 공개용 제품이었으나 이를 사용했던 여러 중소기업 및 프리랜서, 개인이 타격을 입었다. 특히 월말 업무 등을 처리하던 이용자가 컴퓨터를 포맷하고 윈도를 새로 설치하면서 주요 문서가 모두 사라지는 등 피해가 이어졌다.

이스트시큐리티는 8월 31일 오전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전날 오후 11시 30분쯤 오류 조치 완료 후 현재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라며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을 시 당사 고객지원센터를 통해 접수하면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여전히 회사로부터 추가 안내 조치를 받지 못한 채 PC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이용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스트시큐리티에 따르면 8월 31일까지 기존 고객지원센터 인력으로 이용자 문의를 처리하던 회사는 1일부터 추가 인력을 배치해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용자 문의가 폭주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트시큐리티 관계자는 “최대한 역량을 쏟아 대응하고 있으나 문의 이메일이 밀려와 아직 연락이 미처 닿지 못한 이용자가 있다”라며 “이용자 답변이 늦어지지 않게 대응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투입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8월 30일 '알약 먹통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공유했다. /페이스북 캡처
정상원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8월 30일 '알약 먹통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공유했다. /페이스북 캡처

문제는 이용자 PC가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복귀된다고 해도, 꼬박 하루 업무를 보지 못한 직장인 등 이용자가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PC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더라도 8월 30일 진행 중이던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집단소송을 예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이홍섭 법무법인 인사이트 변호사는 “문제를 일으킨 백신 프로그램이 무료였음에도 회사가 이를 통해 광고 수입을 얻거나 방대한 무료 이용자 수를 홍보하며 기업 간 거래(B2B) 제품을 판매하며 평판을 쌓았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으로부터 무조건 자유롭다고 볼 순 없다”라며 “백신이 무료였음에도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백인화 법무법인 국제 변호사는 “‘특별 손해’를 특정하기 위해 이용자가 자신의 손해 액수를 정확하게 입증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며, 이스트시큐리티 역시 자신이 특정한 피해 액수가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힘들어 피해보상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라며 “그럼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은 갖추고 있는 사건이다”라고 했다. 백 변호사는 “피해 액수가 크지 않은 경우엔 정신적 피해보상 등 집단소송으로 위자료를 받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라고 했다.

이스트시큐리티 관계자는 “아직 보상 관련 입장은 정해진 바 없다”라고 밝혔다.

사태가 집단소송까지 번지면 상장을 준비하던 회사 이스트시큐리티와 모회사 이스트소프트엔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트시큐리티는 모회사 이스트소프트의 보안사업 조직이 물적분할해 2017년 탄생한 회사다. 2024년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지난 5월 KB증권과 상장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이스트시큐리티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기업 가치 평가 등에서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모회사인 이스트소프트 주가는 8월 31일 전날보다 2.13% 하락한 921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장중 한때 전날 종가보다 6%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크고 작은 보안 소프트웨어 오류 사태가 있었으나 몇 년 만에 발생한 대규모 피해 사태라 이용자 불만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신뢰가 하락한 상태에서 이용자가 한번 삭제한 백신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기 쉽지 않아 보이며 기업이 신뢰 확보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라고 했다.